현대차그룹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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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 된다”
  • 이홍철 기자
  • 승인 2019.09.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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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현대자동차그룹

다양한 산업의 작업자들은 반복되는 작업으로 인해 피로를 호소하곤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로봇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에서 개발됐다. 작업자를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할 웨어러블 로봇 개발자들을 만나봤다.

CEX와 VEX를 개발한 로보틱스팀의 김규정 책임연구원, 박상인 파트장, 현동진 팀장, 배기현 책임연구원(좌부터)

같은 자세로 장시간 반복된 일을 하다 보면 몸 여기저기가 뻐근하고 저려온다. 이 같은 증상이 장기화 되면 근골격계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근골격계 질환이란 단순 반복 작업으로 인해 허리, 목, 어깨, 팔다리에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심할 경우, 만성 통증과 감각 이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의 치료가 쉽지 않을뿐더러,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든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작업자들의 근력을 보조해주는 착용로봇(웨어러블 로봇)이다. 일반적으로 로봇이라고 하면 SF영화에 나오는 전투용 로봇이나 인간의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런 로봇들은 아직 우리 삶 속에 당장 녹아들어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반면, 착용로봇은 다르다. 특히 산업용 착용로봇은 이미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돼 북미 지역 등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현대차·기아차는 완성차 업계 최초로 산업용 착용로봇을 자체 개발했다.

현대차·기아차의 로보틱스팀이 개발한 착용로봇. VEX는 상반신을 보조하고, CEX는 하반신을 지지한다

현대차·기아차 로보틱스팀이 지난 2018년 10월 개발해 양산을 앞두고 있는 무릎관절 보조로봇, CEX(Chairless EXoskeleton)도 대표적인 착용로봇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현대차·기아차는 또 다른 착용로봇을 개발해 올해 말을 목표로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팔을 장시간 들어올리고 작업하는 작업자들의 근력을 보조해줄 착용로봇 VEX(Vest EXoskeleton)다.

Q. ‘로보틱스팀’이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진다. 무엇을 하는 부서인가?
현동진 팀장(이하 현):
로보틱스팀은 현대차그룹의 5대 신사업 중 하나인 로봇 분야 기술 개발에 주력하기 위한 팀이다. 로봇 분야 외 차세대 기술도 연구하고 개발한다. 지난해 개발한 CEX와 이번에 새롭게 나온 VEX는 우리 팀이 진행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 중 일부이다.

Q. CEX와 VEX 같은 착용로봇을 개발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규정 책임연구원(이하 김):
세계적으로 산업 현장이 고령화되고 있는 추세다. 착용로봇은 작업자들의 작업부하 경감과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북미 지역 산업 현장에서 착용로봇의 도입이 활발하다.

지금까지는 로봇 전문 제조사에서 착용로봇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CEX와 VEX는 조립공장을 보유한 자동차 제조사에서 직접 만들었다. 그래서 기존 제품보다 작업자들에게 필요한 기능들을 알차게 담았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생산 현장의 작업자들은 물론 건설·물류·유통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차는 북미 공장에 우선적으로 착용로봇 도입을 준비 중이다.

Q. VEX를 현장 테스트한 결과가 궁금하다.
박상인 파트장(이하 박):
북미 공장에서 총 2회에 걸쳐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다. 예상대로 어깨 관절에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거나, 나이가 있는 작업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착용로봇이 공구와 팔의 무게를 경감시켜 주기 때문에 기존에 느끼던 부하가 크게 줄었다.

타사 제품과의 블라인드 테스트도 진행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제품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의 요구가 반영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북미 공장을 테스트 타깃으로 정한 것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착용로봇을 쓰고 일을 해본 경험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비교와 피드백이 가능했다.

Q.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산업용 착용로봇을 보급하고 있나?
배기현 책임연구원(이하 배):
포드, BMW, 도요타가 자사의 북미 공장을 시작으로 착용로봇을 도입하기 위해 시범적용 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처럼 직접 착용로봇을 개발하지 않고, 외부 업체에 의뢰해 만든다. 완성차 제조사가 착용로봇을 자체 개발해 양산에 이르는 것은 현대차·기아차가 최초다.

Q. 다른 제조사들이 구입해 사용하는 착용로봇과 현대차·기아차의 제품은 어떤 차이가 있나?
김:
타사 착용로봇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아무래도 외부 업체가 착용로봇을 개발하면 현장 작업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반영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CEX와 VEX는 다양한 제조 현장을 보유한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개발했기 때문에 국내외 작업자들의 체형, 작업환경 등 모든 것을 세분화해서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었다.

로보틱스팀에서 지난해 개발한 CEX. 가볍고 간단하지만 150kg의 체중을 버틸 수 있어 앉아서 일하는 작업자를 효과적으로 보조한다

Q.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만든 CEX와 VEX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박:
로보틱스팀의 첫 번째 착용로봇인 CEX는 작업자의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무릎관절 보조 로봇이다. 무게가 1.8kg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지만, 최대 150kg의 체중을 버틴다. 사용자의 키에 맞춰 길이를 조절하고, 55, 70, 85˚ 등 세 가지 각도로 앉는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CEX를 착용하면 허리 및 하반신 근육의 활성도가 약 40% 줄어드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작업 효율성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CEX가 하반신을 지지한다면, VEX는 상반신을 보조한다. 자동차 생산 공정 중 팔을 가슴 높이 이상으로 들어올린 채 장시간 작업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 이 동작이 반복되면 어깨와 팔 등에 근골격계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VEX는 이 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되었다. 작업자가 조끼처럼 착용한 후 일을 할 때 팔의 각도에 따라 적절한 힘을 보조해 팔을 쉽게 들어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VEX는 작업자의 어깨와 팔을 보조하고 추가적인 힘을 제공하기 때문에 작업자들의 피로도가 훨씬 적다

Q. VEX를 착용하면 작업자의 피로도나 작업 능률이 얼마나 향상되나?
김:
작업자가 착용로봇에 얼마나 빨리 익숙해 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래도 산업용 착용로봇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부분에서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정시간의 적응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작업자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부터는 약 10% 정도 작업효율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작업효율이란, 작업자의 작업지구력, 피로도 경감 등을 말한다. 10%라는 수치적 표현이 적어 보이지만 실제로 체험한 사람들은 상체 피로도가 그 이상으로 줄었다고들 말한다.

VEX에는 이처럼 다양한 인체공학 디자인이 반영되었다

Q. VEX 착용 차체가 부담이 되지는 않나?
박:
3~4kg 내외인 기존의 타사 착용로봇과 비교해 VEX의 무게는 2.5kg에 불과하다. 또한 길이 조절 범위도 18cm로, 12cm와 16cm만 지원하던 타사 제품과 비교해 더 넓다. 팔을 움직일 수 있는 보상각도 범위 또한 -100~70˚에 달한다(기존 제품은 -90~45˚). 이는 작업자의 팔이 아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착용 부담감보다 효과가 높기 때문에 한번 착용한 뒤, 없으면 상당히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Q. 기능성을 높인 동시에 경량화를 이루는 게 어떻게 가능했나?
현:
사실, 소재로 인한 경량화 효과는 미미하다. 1000kg이 훌쩍 넘는 자동차에 경량 소재를 적용해 10%를 덜어내면 100kg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2.5kg에 불과한 VEX에서 10%의 무게를 줄일 때의 차이는 250g에 불과하다. 이를 사람이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소재를 통한 극적인 경량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격 상승이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소재가 아닌, 메커니즘이나 구조 최적화를 통해 경량화를 이뤘다. 힘이 집중되는 부분에 경량 소재를 쓰고, 힘을 만들어내는 부분의 메커니즘을 단순화 시켜 무게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그 결과, 경쟁 제품에 비해 무게가 최대 42%나 가볍다.

VEX는 '다축 궤적 구조'와 '멀티링크' 방식 덕분에 움직임이 편하고 큰 힘을 낼 수 있다

Q. VEX에 쓰인 '다축 궤적 구조'와 '멀티링크 방식의 근력보상장치'가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고 들었다.
김:
'다축 궤적 구조'는 VEX를 착용했을 때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착용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된 외골격 어깨관절이다. 위에서 사람의 어깨 관절을 보면, 타원 형태를 그리며 움직이는 걸 알 수 있다. 기존 제품들은 단일 축 조인트 방식과 불필요한 자유도를 갖는 어깨관절들로 설계되어 관절 구동범위의 제한과 착용시의 이질감이 많았다.

반면, VEX는 어깨관절 부위를 4개의 링크로 모사했다. 덕분에 사람의 어깨 관절과 동일한 궤적을 그릴 수 있었고, 그만큼 착용자가 자연스러운 착용감을 느낄 수 있다.

배: '멀티링크 방식의 근력보상장치'는 VEX가 보조력을 만들어내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여러 링크들의 조합으로 탄성장치를 팔의 무게로 자연스럽게 인장시키면 그 반발력으로 인해 작업자에게 보상력이 작용하는 구조다.

탄성장치 인장이라는 원리는 기존 타사 제품과 같다. 그러나 기존에는 인장을 캠과 와이어에 의지한 반면 VEX는 멀티링크를 사용해 확장성이 크고 움직임이 한결 자연스럽다. 와이어 대신 링크를 사용했기 때문에 내구성도 훨씬 뛰어나다.

Q. VEX가 발휘하는 힘은 사용자가 어느 정도로 체감할 수 있을까?
박:
보상력을 수치로 표현하면 5.5kgf(kgf: 1kg의 질량을 가진 물체가 지닌 힘)이다. 이 정도 힘이면 몸무게 80kg 정도의 성인남자가 어깨에 힘을 주지 않아도 3kg짜리 공구를 들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제공된다고 보면 된다. 그

러나 작업자가 사용하는 공구의 무게와 작업자마다의 체중, 근력이 다르기 때문에 VEX의 근력보상장치를 6단계로 세분화했다. 작업자와 작업 상황에 따라 필요한 힘을 선택하여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보상장치는 쉽게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할 경우 더 큰 힘을 제공받는 것 또한 가능하다.

Q. 근력보상장치를 교체할 수 있다면, VEX가 만들어내는 힘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김:
수치를 몇 배 더 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실제 작업자들이 사용하는 도구나 부품의 무게가 정해져 있다 보니 일정한 범위 내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5.5kgf에 맞춰서 개발했다.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시범 적용을 진행하면서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범위를 결정했으며, 작업환경에 따라 확장도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위질량 당 얼마나 많은 힘을 낼 수 있느냐다. 더 적은 무게로 큰 힘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VEX의 근력보상장치는 타사 제품보다 무게는 40% 가까이 적게 나가는데 만들 수 있는 힘은 비슷하다. 이 한마디로 VEX의 우수성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Q. 올해 말 VEX가 양산된다고 들었다. 양산 이후 VEX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까?
배:
양산과 동시에 다양한 응용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자동차 외 다른 산업에서도 VEX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적용 분야를 넓히고, 확장성을 높이고 싶다.

일례로 한 건설업체와 건설현장에 VEX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했다. 건설현장이 자동차 제조업과 다른 점은 모든 작업자들이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향후 건설현장에서도 개인 안전 보호구로 VEX가 투입될 수 있도록 산업안전 보호구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각 산업 분야에 맞는 다양한 응용 도구를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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