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자율주행 분야에서 '들러리' 탈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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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자율주행 분야에서 '들러리' 탈피하나
  • 김종율 기자
  • 승인 2019.09.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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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제치고 앞서갈 수 있을까? 기대가 너무 큰 것은 아닐까? 기대를 애초부터 버리는 게 나으려나, ‘지켜볼 일’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3일 자동차 부품 업체인 앱티브(델파이에서 분사)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본사는 미국에 두게 되는 조인트벤처의 설립 목적은 단 하나. 레벨 4단계 이상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되도록 빨리.

이번 조인트벤처의 설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만약 지금 이 시기에,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밀리면 절대로 경쟁사들을 앞서갈 수 없다는 현대차의 위기감이 전해진다.

현재 업계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려는 많은 업체들은 3단계 자율주행에 머물러 있다. 자율주행의 1단계부터 5단계까지의 기술 수준에서, 3단계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자율주행 자동차라기보다 ADAS에 더 가깝다.

그래서 자동차업체들 및 IT와 부품업체들은 4단계 및 5단계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외치고 있다. 물론 계획에 불과하지만 발빠른 몇몇 업체들은 2021년 내지 2022년에 4단계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출시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들이 말하는 개발 연도는 양산이 아닌 기술을 개발하여 테스트를 하는 수준을 말한다. 설령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양산은 3년 내지 4년 후가 될 확률이 크다.

그리고 4단계의 자율주행이라고 하더라도 고속도로에서의 자율주행이냐, 일반 도로에서의 자율주행이냐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궁극적인 자율주행은 일반 시내주행을 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자율주행 자동차이다.

어쨌든 자율주행 기술에서 앞서가는 업체들로는 IT업계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2021년까지 4단계 이상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공언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GM과 포드, 토요타·혼다·닛산, 폭스바겐·BMW 등이 앞서가고 있다. 이들 역시 한결같이 2022년경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할 것으로 말하고 있다.

이들에 비해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은 후발주자이다. 일각에서는 2021년에 4단계의 자율주행을, 2030년에 5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발표할 것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기술에 그리 크게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GM이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고, 포드가 사입스를 인수했고, 닛산이 Sylpheo를 인수했고,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이 공동으로 자율주행용 지도제작업체인 HERE를 인수하는 등의 행보를 현대자동차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현대자동차도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위해 일부 회사에 투자를 하고, 일부 회사와 제휴를 맺는 일은 있었다.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 셈이다. 그렇지만 이는 적극적인 행보가 아닌 소극적인 행보에 불과하다.

항간에서 나왔던 “서울 삼성동에 있는 한국전력 부지를 10조에 사느니, 그 돈으로 완성차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율주행 자동차용 기술 보유 업체를 인수하는 게 백배 천배 더 낫다”는 비아냥거림은 그래서 나돌았다.

현대자동차가 그동안 보였던 행보에 반해 이번 앱티브와의 조인트벤처 설립은 그나마 적극적인 행보에 속한다. 그것도 자동차 부품 업체 중에서 이름도 없는 듣보잡이 아니다.

보쉬·콘티넨탈·덴소 등에는 그 인지도가 미치지 못하지만 프랑스의 발레오 정도 되는 나름 메이저 업체인 델파이의 전동화 부분이 분사하여 설립된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기본적으로 운전이라는 활동은 ‘인지 → 판단 → 제어’의 3단계를 거친다. 자율주행은 이중 인간만의 영역이었던 ‘인지(일부)’와 ‘판단(전체)’이 자동차로 이관되는 기술이다.

인지 단계는 센서와 보조 SW를 활용하여 현재의 주행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데이터로 생산해서 판단 단계로 전달한다.

판단 단계는 관련 S/W로 데이터를 해석해서 최적값을 계산하여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작동을 계산한다. 그리고 제어 단계는 계산된 작동을 전달받은 액츄에이터(Actuator)가 명령에 따라 차량을 제어하는 것이다.

인지 단계에서는 측위 기술과 센서 기술, 그리고 통신 기술 등이 필요하고, 판단 단계에서는 S/W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 등이 필요하며, 제어 단계에서는 각종 전자/기계 기술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는 현대모비스와 만도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의 핵심 하드웨어인 카메라·라이더·레이더 등을 개발했다고 발표할 만큼 나름 노력하고 있으며, 만도는 현대자동차의 ADAS 관련 기술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현대의 계열사 중에서는 지도제작을 맡은 현대엠엔소프트도 있다.

이들 자회사를 두고 현대자동차가 앱티브와 합자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뭘까? 이들 자회사의 실력이나 자존심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느낌이 드는 건 본 기자만일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라고 한 단어로 요약했다. 현대모비스나 만도는 하드웨어 업체일 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앱티브와 조이트벤처 설립을 발표하며, “최상위 자율주행 S/W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인지 ▲판단 ▲제어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며, “세 가지 과정이 원활하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각종 하드웨어와 연계해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결국 소프트웨어에 불안을 느낀 현대자동차가 자존심을 굽히며, 지분 50%를 넘겨주는 강수를 두면서 앱티브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몇 년 후를 기약하며,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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