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충돌안전 검증, '더미'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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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충돌안전 검증, '더미'가 책임진다
  • 이홍철 기자
  • 승인 2019.10.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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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안전 기술의 발전을 위한 자동차의 충돌 시험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더미’다. 더미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의 더미 관련 기술에 대해 알아봤다.

자동차의 안전에 대한 기준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충돌안전평가도 그에 걸맞게 강화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보다 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과 시간을 쏟고 있다. 당연히 충돌 시험에 투입되는 더미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더미, 안전을 위해 태어나다
본래 더미는 백화점이나 의류 판매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네킹을 뜻한다. ‘모조품’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사람 모양을 본뜬 인형이다. 그러나 더미는 자동차를 포함한 이동수단 업계에서는 다른 의미로 통한다. 인간을 대신해 자동차의 충돌 안전성능을 시험하는 '인체 모형의 충격측정 시험기'다. 이런 목적 때문에 더미는 사람의 신체 구조와 최대한 비슷하게 제작된다.

더미는 1940년대 처음 등장했다. 1949년 미 공군이 전투기의 비상탈출 실험을 위해 개발한 더미가 최초이다.

더미는 이제 충돌 안전시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더미를 사용하기 전에는 사람이 직접 이동수단에 올라 충돌 시험을 진행했다. 당시 대부분의 이동수단은 승객을 위한 안전장치가 미비했고, 그래서 참가자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시험에 임해야 했다. 그 이후에 동물이나 해부용 시체 ‘카데바’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사람과는 차이가 크고 윤리적인 문제도 부각되며 사용이 중단됐다.

1950년대에 들어서야 마네킹과 겉모습이 유사한 최초의 더미인 시에라 샘(Sierra Sam)과 VIP-50이 개발되어 자동차 충돌 시험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71년 GM이 시에라 샘과 VIP-50 더미의 장점을 합쳐 미국 성인 남성과 신체가 비슷한 키 178cm, 무게 78kg의 더미인 하이브리드 I을 제작했다. 하이브리드 I 더미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충돌 시험용 더미와 유사한 모양이었고, 하이브리드 III까지 진화했다.

본격적인 더미의 탄생 이전에는 충돌 시험에 사람이 직접 투입되기도 했다

안전을 위한 현대기아차의 고마운 인형 ‘더미’
‘충돌 안전’이라는 키워드조차 모호한 시기에 사용했던 더미는 나무 인형에 불과했다. 때문에 외부 충격 시 어떤 부위에 어느 정도의 충격이 전해지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고, 외부 충격을 더욱 구체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현재 주로 쓰이고 있는 더미는 1976년에 개발된 하이브리드 III 더미와 1990년대 중반 차세대 충돌 시험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하이브리드 III의 후속 버전인 쏘어(Thor: Test device for Human Occupant Restraint)다.

나무 인형에 불과했던 초기 더미와는 달리, 지금의 더미는 충돌에 대한 고도화된 데이터를 제공한다

3세대 더미인 하이브리드 III는 사람과 매우 흡사한 관절 구조와 뼈대를 지니고 있어 충돌 상황 시 사람과 동일한 움직임을 보인다. 또한 내부에 수많은 센서를 장착하고 있어 충돌이 일어났을 때 발생하는 충격의 양과 방향, 부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부위에 따른 골절 평가도 가능해 보다 정확한 상해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쏘어는 하이브리드 III에서 더 진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목 부위에 사람의 근육과 비슷한 저항이 추가됐고 무려 134개의 센서가 더해져 보다 정확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다. 흉부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석하기 위한 센서도 장착해 사람을 거의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정교함을 자랑한다.

외부는 인조 피부로 이루어져 있어 사고 발생 시 피부에 생기는 상처의 정도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또한, 더미의 몸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뼈는 인체 구조와 같은 탄성력을 주기 위해 금속성 구조물로 되어 있다.

이들 더미는 전 세계 공통으로 표준화된 규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더미를 통해 측정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자동차 개발에 반영하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만의 능력이자 노하우다. 보다 나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대 수준의 더미를 보유하고 있고, 그에 맞는 최고 수준의 더미 데이터 분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27종, 162개에 달하는 더미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더미를 최초 도입한 시기는 1980년대부터다. 그리고 40여 년이 지난 현재 현대·기아차는 27종, 총 162 세트의 더미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최근 선진국의 주요 신차 평가 시험에서 현대·기아차가 연이어 최고 등급을 달성한 데에는 더미의 역할과 공로가 결코 적지 않다.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더미들의 가격은 최소 1000만 원부터 WorldSID(Side Impact Dummy : 측면충돌시험용) 모델의 경우 10억 원에 달한다. WorldSID는 인체와 가장 흡사한 거동을 할 수 있며 센서 또한 더 많아져 정확한 충돌 데이터 측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더미는 외부 충격이 가해질 때 사람이 받는 충격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최소 수십 개에서 최대 150개에 달하는 센서가 더해지고, 사람과 같은 신체구조를 지녀야 한다.

현대·기아차가 27종이나 되는 더미를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한 탑승객들의 체격과 상황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성별, 연령대와 체격까지 고려해 다양한 종류를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임산부 더미까지 있다.

또한 정면, 측면 등 다양한 충돌 시험에 대응하기 위해 성인 더미에서도 다양한 버전을 가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III 95th/50th/5th와 최신 쏘어 버전이 그 예다. 하이브리드 III 더미 뒤에 붙은 숫자는 더미의 크기와 무게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95th는 성인 체형을 1~100단계로 구분했을 때 95단계, 즉 크고 건장한 체형을 의미하고, 5th는 반대로 마르고 왜소한 체형을 의미한다.

주요 상해 부위별 더미도 있다. 목 상해를 중점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더미인 BioRid가 그 예이다.

안전한 자동차를 완성하기 위해선 더미들이 150번 이상 희생되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자동차 충돌 시험 기준은 까다로워졌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정면의 25%만을 충돌하는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비롯해, 도로 구조물 충돌과 같은 새로운 방식의 충돌 시험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새로운 차종을 개발할 때 앞서 언급한 것들을 포함해 150회 이상 충돌 시험을 반복한다.

참고로 충돌 시험 1회에 들어가는 비용은 1억 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한 개의 차를 개발하기 위해 충돌 시험에만 15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사보다 많은 충돌 시험을 통해 축적된 현대·기아차의 더미 데이터 분석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충돌 시 충격량을 감지하는 더미 센서의 점검 및 교정, 그리고 각 부위의 충격량을 측정해 탑승자에게 영향을 준 요소들을 분석하는 기술 등이 그것이다.

충돌 시험은 차의 구조적인 안전성 뿐 아니라 에어백과 안전벨트, 시트 같은 부품 등 안전 관련 시스템 모두가 연관돼 있다. 충돌 테스트에서는 자동차가 외부 충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지, 더미의 각 부위에 가해지는 충격량은 얼만큼인지, 충돌 시 더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을 꼼꼼하게 측정한다. 그리고 현대·기아차는 이러한 충돌 시험 결과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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